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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WBC 일본과의 콜드게임 패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준비하는 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WBC-World Baseball Classic이 드디어 개막하고 우리나라도 대만에게 9:0이라는 거의 압도적인 경기를 보여주면서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했던 일본전을 치루게 되었다.
야구팬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경기전 선수 라이인업을 분석하고 팀의 분위기와 구장의 상황 등 여러 변수들을 조합하여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굳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지 않더라도 야구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사실 모든 스포츠나 전문분야들이 그러한데 특히나 야구는 연속성이란 것이 보장되지 않아서 더 스릴이 있으며
(즉 어제까지 잘쳤던 타자가 갑자기 4타수 무안타에 병살을 때릴수도 있으며, 5연승을 달리던 2점대 방어율의 투수가 1이닝도 못채우고 볼넷주고 홈런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연속성이라는 것을 데이타로 역추적하는 야구신들의 용병술을 보고 감탄하는(대표적인 예로 SK의 김성근 감독님) 재미가 쏠쏠한 것이 바로 야구팬만이 누릴수 있는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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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10회의 전무후무한 리그 우승을 달성한 김응용감독에게서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받은 김성근 SK 감독... 이분이 80년대 사진보면 독하게 나오셨다...[사진출처 osen]



그러한 재미를 바탕으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꽤 유능한 야구팬이기도 하다. 뭐 몇회에 어느타자가 홈런칠거같다 까진 모르겠지만, 대만이 중국에게 패할 것이라는 것 정도는 간단히 예측할 수 있었고 점수차도 그리 크게 나지는 않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현실이 됐다.
이쯤되서 일본전에 대한 내 예상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4점까지 박빙으로 가다가 2점정도를 먼저 내는 쪽이 우리편이 되든 일본이 되든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그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가고 나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한 남자가 되어버렸다.

그간 일본은 우리에게 말도안되는 스코어로 지고 있었다. 통산 국제대회 성적은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다. (25전 14승 11패) 특히나 올림픽과 WBC 1회대회에서 보여준 성적은 단지 1패만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일본이 독기를 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 특유의 데이터 야구로 유명하다. 위에서 예를 든 SK의 김성근 감독님과 같은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70년 야구 역사가 세월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야구를 학문으로 한 연구와 많은 논문들 그리고, 직접 야구를 사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 시설이 풍부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단적으로 봐도 일본 프로팀이 우리나라 프로팀보다 그 수가 많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당연히 우리나라 보다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는 요근래의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승부에서 이겨올때,  참 아이러니가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많이 품어왔다. 기분은 좋았지만 석연치 않는 그런 것이었다.
그간 민족적인 적대감을 넘어서서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 봤을때 준비를 많이하고 노력을 많이 했으면 그에 응당한 댓가를 봐야 순리인데, 한두번은 질 수 있어도 그렇게까지 여러번 진다는 것은 일본 야구가 어떠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으며 우리나라가 그러한 약점을 잘 파고 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일본이 드디어 독기를 품었고 이번에는 기회를 잡았다. 바로 김광현이다.

영건 김광현은 코나미컵을 포함해 이번이 일본전에서 4번째 등판이었다. 매번 김광현이 등판한 이유는 바로 일본을 가장 잘아는 김성근 감독님에게 그 가능성을 먼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3승 7패의 신인 시절에 코나미컵에서 주니치를 틀어막아서 김감독의 예상을 적중시켰다. 구질, 구속, 하체의 움직임, 쿠세(일본에서의 투수의 버릇), 역동적인 투구폼, 성품, 아웃 카운트를 늘리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주로 삼진으로 아웃카운트 잡느냐, 뜬공으로 잡느냐, 땅볼로 잡느냐...) 등을 모두 아우르는 모든 투수의 성질이 19세 신인 투수가 일본전에 통할 것이라는 그의 믿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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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본전에 난타당한 투수가 아닌, 일본에게 가장 잘 통할 수 밖에 없는 좌완이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osen]


야구에서 선발투수는 그 경기를 책임을 지는 투수다. 그런점에서 이번 김광현의 투구는 경기를 책임지지 못했고 따라서 꺼꾸로 보면 김광현 탓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김광현을 빗대서 놀리기 급급하고 인터넷 뉴스에서는 김광현을 감싸기 급급하고 있다. 또한 김광현의 그날 컨디션과 그를 보호하지 못한 코칭 스테프에 대한 비판도 강도높게 행하여지고 있다.

바로 이 김광현에 대한 일본의 엄청난 분석이 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전에 가장 적합한 투수인 김광현이 일본전에 나올 수밖에 없다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일본이 그에게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편리함을 제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내세울 수 있는 선발으로 다르빗슈, 마쓰자카와 같이 여러 일본 투수들을 예상하여야 했으나, 그러한 노력의 성실성도 타자들이 마쓰자카의 기교와 묵직함에 눌리는 모습을 봤을때 의심가게 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에 능한 일본은 김광현에게 1이닝 8실점에 대한 데이터를 타자들에게 입력하였고, 아무리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20년 가까이를 천재소리를 들은 이치로가 바보같이 당할리가 상식적으로 예상되지 않는 부분인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매번 일본과의 경기전에서는 패한다는 예상이 50%는 다 넘어갔었다. 이번에는 그 예상이 맞았던 것이고 일본이 준비하면 얼마나 강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면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차라리 질때 화끈하게 지고 이길땐 스릴있게 이기는 그런 야구가 우리 한국야구에 스타일이라면 그것도 괜찮다. 끈기가 있어보이고 대인배와 같아 보이지 않는가? 그들의 인프라가 우리보다 솔직히 낫다. 아직 우리는 그것을 따라가는 입장이다. 그리고 우리는 따라가는 입장에서 어쩌면 너무 많은 승리를 챙긴 것일 수 있다.

영원히 따라가다가 볼장 다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납득할 수 있을때 그때가 된다면 그 후는 콜드게임 패같은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충분히 (반드시는 아니고) 콜드게임 패 할 수도 있다. 야구는 연속적인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또 아직 김광현, 류현진은 20대 초반의 영건이다. 또한 이대호, 김태균, 추신수라는 거포가 있다. 그들의 5년후에 콜드게임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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